재무포럼 제13호

부회장 인사 - 재무학에 대한 소고

구본열(충북대)

 재무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학기를 맞아 새 임원진으로 출발하는 재무학회에 대하여 변함없는 회원 여러분의 애정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에 어느 투자신탁회사의 펀드수익률현황을 알리는 광고전단에서 ‘펀드 VaR비율’이란 용어가 새롭게 등장한 것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 저의 소감을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1970년대 중반이후에 소개된 MM이론이니 포트폴리오이론의 용어도 잘 모르고 1975년도에 대학을 졸업한 저에게 새롭게 소개된 이러한 이론들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고 이를 계기로 재무학 공부에 재미를 붙이다가 여차여차해서 학생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사실 선배교수님이나 저와 동시대의 교수들은 이 이론을 바탕으로 IMF사태 이전의 과거 20년을 학교에서 잘 버텨왔었고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에는 선생이란 직업이 지금보다도 훨씬 좋았던 시절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선물∙옵션이론이 서서히 깊이를 더해가고 1996년과 1997년도에 국내에 선물∙옵션시장이 도입됨과 더불어 이와 관련된 연구와 이론습득에 많은 교수님들은 부담을 느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파생상품시장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갈 무렵, 금융시장의 자율화와 IMF사태는 한국금융∙증권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고 또다시 교수님들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느라 시련을 겪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즉, IMF사태 전후해서 세계각지에서 터지는 금융사고는 잘 일어나지 않지만 한번 터지면 비행기사고로 비교될 만큼 큰 대형사고가 됨에 따라 파생상품의 위험헤지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IMF체재하에 영향을 받는 국내의 금융기관들은 재무건전성이 중요한 이슈로 작용하여 BIS자기자본규제제도를 지켜야 하고 여기에다 VaR모형을 이용한 시장위험관리, 신용위험관리 등 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른 위험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니 교수님께서는 이 이론에 또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교수님들은 기존의 이론에다 추가적으로 이 모든 내용을 알려고 하니 점점 먹고살기가 힘들어지고 도대체 재무학을 어디까지 알아야 하고 어디까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하여 혼동과 불만이 동시에 증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교사정은 어떠합니까? 기초 재무관리과목마저도 선택으로 바뀌어져 재무관련과목을 한과목도 수강하지 않고 졸업이 되는 상황이니 하루가 마다하고 변화하는 새 이론에 대한 내용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위험관리중 시장위험관리는 포트폴리오이론의 완전한 습득과 함께 시계열분석을 포함하는 금융통계학을, 신용위험관리는 판별분석뿐만 아니라 새로운 모델에 접근하기 위한 수준높은 수리통계학의 기초지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도의 지식을 요구하는 재무분야를 하향평준화 되어가는 대학의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수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사회는 어떠합니까?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기업과 금융기관은 취직한 학생들이 불량품이라고 비난합니다. 그래서 필요인력은 맞춤생산을 하자느니 상품이 불량하니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하자고 하고 결국 이 최종적인 화살은 교수한테로 돌아옵니다. 언제 교수에게 사회가 요구할 수 있는 상품을 배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까? 전인교육이란 미명하에 학부제를 통하여 어정쩡한 졸업생을 배출시키게 해놓고는 지금와서 완성된 인재를 공급하기 위해 대학은 구조조정을 하라느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사회에서 무책임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사면초가에 직면한 교수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은 사회의 요구사항은 많지만 학생들에게 가르칠 기회는 많지 않으니 새로운 이론을 가미한 책을 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요가 없어 못쓰시겠다는 교수님들도 계시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조금만 실무계에 관심을 가지시면 엄청난 수요를 창출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금융∙증권기관에서는 투자상담사 1종과 2종을 포함해 증권분석사, FP(금융자산관리사) 이외에도 FRM(재무위험관리사)과 CRA(신용위험분석사)등 금융∙증권시장의 파생상품과 위험관리에 관련된 자격시험이 계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재무학과 관련된 교과서에 이러한 자격시험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투자론이나 파생상품교과서에 금융기관의 시장위험관리에 대한 내용, 특히 VaR의 개념과 자기자본 건전성규제내용등을 포함시키고 경영분석 교과서도 지금의 기본틀에서 금융기관의 신용위험관리등의 내용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교과서를 통하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어느 정도 배출할 수 있고 자격시험교재로 활용할 수 있어 결국 저술하신 책의 판매부수도 늘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시험대비용으로 나온 시중의 대부분의 책들이 영리목적의 함량미달인 책이 너무 많으며 수험생이 대부분 대학생들이기에 이들에게 올바른 지식으로 인도하는 것이 우리 교수님들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요구되는 사회에 우리들은 살고 있습니다. 변해야 산다. 변하지 않으면 죽음이라고 사회는 외치고 있으니 이 도전을 뚫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힘든 사회에 우리는 직면하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왜 경영학중에 재무관리를 공부하게 되었을까 하는 후회도 해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렸습니다.
 학회회원 여러분! 그렇다고 기죽지 마십시다. 우리들은 최고의 첨단학문을 하고 있다는 긍지와 자부심만은 버리지 맙시다. IMF사태가 발생한 주요 원인이 재무학을 등한시한데서 기인했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국가적으로 중요한 학문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합시다. 한편으로 이는 재무학의 나아갈 방향이 위험관리에 있다는 것을 함축하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몇자 적은 두서없는 말에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학회 모임 때 건강하게 만나 뵈옵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