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포럼 제14호

부회장 인사 - 재무학에 대한 소고

선우석호(홍익대)

 재무학회 회원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경제 경영분야에서도 가장 권위 있는 재무학회의 부회장으로서 여러분들께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요즈음 우리 강산은 푸른 하늘아래 바위와 계곡이 단풍진 수목들과 잘도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실로 아름답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강산을 우리에게 물려 준 조상에게 감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과 아울러 우리 세대는 후세에게 가장 가치 있는 노하우와 잘 작동하는 시스템을 물려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깁니다. 중국과 일본사이에서 우리가 겪어온 과거의 불행은 주변국과 대비해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 실용기술면에서의 낙후와 국가 비전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한국 국민은 중국인보다 더 잘 살고, 어느덧 일본 사람과도 비슷한 수준의 자유와 풍요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1960년대 이후 줄곧 국가와 기업이 주변국에 비해 수출과 국제경쟁력 증진에 혼신을 다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이는 국가가 주도하긴 했어도 자본주의를 국가운용의 핵심개념으로 정착시켜온 결과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이후 국가가 경제운용을 주도하고 감독하던 시스템이 커다란 문제를 가져왔음에도 이에 대한 개혁이 10여년 간 이뤄지지 않아 결국 외환위기를 겪게 되었습니다. 즉, 시장에 의한 자연스런 감독이 작동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의 경제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제 한국의 자본주의는 시장에 의해 작동되는 자본주의로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가 후세에게 물려줘야 할 시스템 또한 주변 국가에 비해 훨씬 더 잘 작동되는 시장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자본주의의 생명이 그렇게 길겠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하지만, 부존자원이 없는 이 땅에서 많은 인구가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가장 효율적인 경제시스템을 유지해야만 할 것이고, 이런 시스템의 유지는 자본주의의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가능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창달을 지향하는 재무학은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지탱해주는 학문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재무학은 제도, 문화와 행태에 의해 많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제도 면에서 대륙법에 근거한 법체제는 다양한 금융산업의 출현과 신상품의 개발 그리고 기업퇴출 및 M&A 시장의 활성화를 막고 있습니다. 둘째, 온정적 가족주의 및 연고주의에 근거한 기업문화는 투명경영과 보다 보편적인 지배구조로의 개선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지난 30년 동안 고속성장의 축이었던 기업집단의 행태는 시장에 의한 감시를 종종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자본주의의 발전을 위해 세계적 수준의 재무이론을 습득하고 이를 한 단계 높이려는 노력을 지속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우리 연구산출물의 실용화를 제약하는 우리의 여건 즉, 제도, 문화와 행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런 관심이 바탕이 되어야 이들 제약을 뛰어넘는 신상품의 개발, 또는 이들 제약을 완화시키는 제도, 예를 들어 위의 제약들이 도리어 비용을 일으키는 새로운 계약에 대한 이론모형의 탄생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울러 노령화 사회에 대비한 연금제도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여태껏 복지 차원에서 다뤄졌던 내용이지만, 이제는 재무적 관점에서 이들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원칙, 이들의 자본시장에서의 역할 등이 연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사회에 만연되어있는 보증(guarantee)의 가치평가나 다양한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복합금융상품의 개발 및 평가, 예를 들어 최근 많이 논의되고 있는 원금보장형 투자상품의 유형 및 평가 등이 연구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자본시장을 완전화(complete)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며, 이를 통해 투자자는 위험에 걸 맞는 투자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되고 기업들은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깊고 푸른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재무학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지탱해주는 학문이다 라는 믿음과 아울러 우리 후세에게 훌륭한 금융시스템을 물려줘야겠구나 하는 의무감을 되새겨 봅니다. 마지막으로 재무학회 회원님들, 항상 건강하시고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