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인사

재무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우리 경제 최대의 관심사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난과 이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이슈인 것 같습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사태가 발생한 것이 불과 수년 전인데 이제는 금융위기와 경제위기가 점점 더 빈발하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에 따라 우리경제의 앞날도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 두 가지 위기의 근원이 모두 위정자들이 유동성 공급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려는 정치경제적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고 미래에도 위정자들이 이를 이용하려는 유인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들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과연 경제에 있어 금융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관련하여 최근 국내에서는 ELW시장에서의 스캘퍼 우대 논쟁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또한 전문성이 결여된 개인들이 파생상품거래나 FX마진거래 등에서와 같은 제로섬(zero sum)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외국인과 같은 전문적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의문도 떠오릅니다. 아마도 ‘월가점령(Occupy Wall Street)'과 같은 시위, 검찰에 의한 국내증권사 사장들에 대한 대규모 기소 등도 그 합법성 여부와 상관없이 금융시장이 힘 있는 자와 힘 없는 자간의 불공정한 게임의 장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일반인들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폐와 금융의 발달이 경제적 활동을 촉진하고 부의 증가를 통해 인류의 행복에 기여해 온 공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내 자본시장이 앞으로도 더 발전해야 할 여지가 많은 상태라는 것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높은 개인의 파생상품거래 참여비중, 그 가치를 저희 전문가들도 잘 알 수 없고 다른 상품과의 비교가 어려운 ELS같은 난해한 상품들이 은행창구를 통해 대규모로 일반고객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현실, 그리도 ELW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자본시장에서 불공정하거나 거래가 만연되어 있는 현실을 단순히 금융시장발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현상들로 치부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합니다.

혹자는 금융상품거래가 활발할수록 시장의 깊이(market depth)가 커지고 유동성이 제고되어 효율적인 금융거래와 가격발견기능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국내자본시장의 높은 회전율, 높은 초단기거래 비중, 스캘퍼의 존재, 그리고

 

박 경 서

(고려대 교수)

 

 

 

 

 

 

 

 

 

 

 

 

 

 

 

 

 

 

 

 

 

 

 

 

 

 

비전문적인 개인의 시장참여 등을 지지합니다.하지만 가격스프레드가 감소하고 가격발견기능이 몇 초 앞당겨진다고 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개발능력이 얼마나 나아질 것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본시장의 근본적 존재 이유는 결국 실물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혹자는 거래와 관련된 위험과 정보력 차이를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자본시장거래에 참여한다면 그건 개인이 책임이지 남들이 뭐라고 할 사항은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합니다. 또한 이들은 관련 시장이나 상품을 규제할 경우 어차피 다른 경로나 시장을 통해서라도 위험상품에의 투자를 지속할 것이므로 규제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그동안 금융투자자보호와 관련하여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본시장법 뿐만 아니라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법의 도입,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신설 등도 모두 금융투자자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명백한 불법적 행위로부터만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에 만연되어 있는 불공정한 게임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이들 거래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상황을 좀더 살펴보면 여윳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마지막 반전을 노리고 수십 배의 레버리지가 있는 거래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달려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히 헷지를 해야 할 포지션도 없는 개인투자자입장에서는 기대수익률이 0이라는 점에서 제로섬의 파생상품거래와 도박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자본시장의 발달을 위해 일부 개인들의 쌈짓돈 기부는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통해 우리의 산업과 경제가 발전하여 일부나마 피해를 보상받을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에 저는 앞으로 저희 재무금융분야의 연구과제로서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자본시장에서의 거래활성화와 상품다양성의 증가가 과연 얼마나 경제발전과 소비자효용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좀더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방법론적으로 쉽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유동성 증가로 가격스프레드가 몇 bp줄었으니 유동성 증가는 금융발전에 좋다는 논문이 수십 편이 있다고 해서 이것이 정말로 사회적으로 좋은 일인가는 고민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무는 한해와 새해를 맞이하면서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